팥빵미인의 꿈해몽
본문으로 바로가기


점술가 앞에서 고개가 끄덕여 지는 이유

동양에서는 출생한 해, 달, 일, 시를 통해 인생을 풀이하는 사주 풀이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아왔다. 유사하게 동양에서는 출생시의 항성과 유성의 위치가 그 사람의 성격에 영향을 준다고 믿었다. 그러나 사주든 점성술이든 이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가 체계적으로 밝혀진 사례는 없다. 예측 불가능성이 점술가를 찾게 한다.

21세기인 과학시대에도 옛날과 마찬가지로 점술가들은 여전히 성업중이며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 해도 인간이 자신의 운명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 분명하게 예측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뭔가 확실성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다. 결국 사람들은 점술가를 찾게되는데 자신의 앞날에 대해 확신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점술집이 호황을 이룬다. 미래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인류의 열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동양에서는 주역, 사주,무속 등이 성행하였고, 서양에서는 점성술, 연금술, 타로카드 등을 통해 미래를 점쳐왔다.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토정비결을 보러가거나 일간지나 인터넷의 오늘의 운세를 열심히 본다. 매체의 오늘의 운세를 전적으로 믿지는 않지만 적어도 상당 부분은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사람들로 하여금 미신적인 믿음을 강화시켜주는 것일까?

점술가의 풀이를 들으면 들을수록 '딱 내 이야기네!'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점술가들이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이야기를 자신있게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오늘의 운세에 자기가 태어난 띠를 찾아 읽으면서도 사람들은 자기에게 어느 정도는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해에 태어난 사람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순간적으로 망각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인 연구 결과들은 사람들이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일반적인 성격 특성들을 보고도 마치 자신의 성격을 요약하는 것으로 추측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바넘효과(Barnum effect)'라고 한다. 이 말은 사람들의 특성을 파악하며, '쉽게 속아 넘어가는 얼치기는 매순간 태어난다'라는 표현을 했던 서커스단 주인의 이름인 바넘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이 바넘효과는 1940년대 말 심리학자 포러에 의해 검증된 바 있다. 포러는 학생들에게 성격 테스트 후, 사람의 보편적인 성격을 말해주는 결과가 적혀있는 같은 결과지를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80% 이상이 자기 성격과 매우 일치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우리가 점술가의 말에 내 이야기라고 공감하는 것과 비슷하다. "지금 동쪽으로 가면 지인을 만나게 된다.", "올해 안에 인연이 찾아온다," 점술가의 이런 말을 들으면 당신은 어떠할 것 같은가? 당신은 특별히 갈 곳이 정해져있지 않다면 동쪽을 향하게 될 것이고, 올해가 가기 전에 애인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만약 동쪽으로 가다가 우연히 아는 사람을 보게 된다면, 혹은 정말로 애인이 생긴다면 당신은 그 점술가를 '족집게'라고 부를 것이다. 이는 심리학에서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 한다. 다시 말해 스스로 실행하는 예언이라는 것. 예언대로 행동하고 나중에는 그 예언이 맞았다고 하는 식이다. 만약 그 예언이 맞지 않았더라도 상관없다. 사람들은 맞지 않은 예언 10개보다 맞은 예언 하나를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병원 진찰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매우 다소곳한 모습이다. 점술가 앞에서는 더 얌전해진다. 병원이든 점집이든 상대의 진단과 점괘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얌전해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호통치고 욕하면서 돈버는 사람은 점술가외엔 없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주눅이 들게 되면 자신의 문제를 더 잘 드러내기 마련이다. 노련한 점술가들은 상대방을 주눅들게 했을 때 상대가 드러내는 시선, 표정, 눈동자, 목소리, 눈 깜박임 등의 행동 단서들을 잡아내는데 남다른 재주를 갖고 있다. 이러한 단서들이 그 사람의 인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위압적인 태도와 단언적인 말투는 신뢰감을 갖게 한다. 만약 점술가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식으로 말을한다면 아무도 그 점집을 찾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아주 단언적인 말들을 한다. 확신이 없어서 점집을 찾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애매모호한 말보다는 확신에 찬 단언적인 말에 끌릴 수밖에 없기때문이다.

운명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스스로 바꿀 수 있는 것.